아내에게 '1년치 생활비' 이체…10년간 6억 넘으면 증여세 내야

입력 2022-12-18 17:28   수정 2022-12-26 16:42

외벌이 가구인 A씨 부부는 남편의 소득으로 가계를 꾸리고 있다. A씨 남편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비정기적으로 목돈을 생활비로 계좌이체해주고 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방식의 생활비 계좌이체가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활비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 줘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 또는 이익은 모두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다만 이 법 46조를 보면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시행령으로 정하는 이와 유사한 금품은 비과세한다.

같은 법 시행령 35조에는 ‘기념품, 축하금, 부의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으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등을 비과세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부부간의 자금 거래는 통상적으로 증여로 보지 않는 게 원칙이다. 국세청은 부양의무자 상호 간의 생활비 등 관행적인 것은 증여로 보지 않고, 증여세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금액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쉬운 세금이야기’를 연재하는 나철호 회계사는 “생활비는 매달 정해진 날에 일정 금액을 주는 경우에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치 또는 10년치를 한 번에 주고 생활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정기적으로 목돈을 지급하는 A씨 남편의 사례는 증여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생활비로 지급한 금액의 용처도 증여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나 회계사는 “생활비로 이체해준 금액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저축했다면 이는 생활비가 아니라 통장예금을 증여해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생활비로 받은 돈을 주식 투자에 사용하거나 나중에 부동산 취득에 쓴다면 이 역시 증여로 여겨질 수 있다.

물론 부부간 생활비 계좌이체만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부부간에는 10년간 6억원의 증여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지분을 양도하는 등 다른 큰 규모의 증여가 있을 경우 세무서가 10년치 계좌 정보를 모두 들여다본다는 것이 문제다. 이때 비정기적으로 지급한 생활비 명목의 목돈을 소명하지 못한다면 이 금액까지 증여액으로 간주돼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
부모에게 빌린 전세금에 과세될 수도
부모로부터 전세자금 등을 빌린 뒤 나중에 상환하는 경우에는 차용증 작성보다 이자를 지급했는지가 중요하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증여라는 것이다. 부모가 연로해 자녀에게 자금을 이체한 뒤 자녀가 계좌를 관리하며 부모를 공양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증여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의 공제한도는 5000만원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자녀 등에게 주는 용돈도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 기념일에 주는 용돈은 일종의 축하금으로 비과세 대상이지만 이 역시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규모를 넘어서면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 용돈으로 몇만원이나 몇십만원 정도를 받아 장난감을 사는 정도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 들어 비과세하지만, 수백만원 등 거액을 반복적으로 받는 경우는 이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상적인 축하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해당 금액을 증여한 것으로 봐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할아버지가 손자녀에게 세뱃돈 등으로 큰돈을 건네는 경우엔 자녀의 생활 능력도 증여로 볼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자녀가 소득이 없다면 할아버지가 주는 금액은 축하금으로 간주돼 비과세될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소득이 있는 경우는 증여로 간주한다.

큰 금액을 세뱃돈 등으로 받는 경우는 증여 신고를 통해 세금을 내는 게 낫다. 용돈은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는 잘못된 지식으로 신고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증여세가 추징되면 가산세가 붙는다. 일반 무신고는 신고 대상 금액의 20%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의도적으로 속여 신고하지 않는 부정 무신고로 분류되면 가산세가 40%까지 올라간다. 미납 기간에 대한 납부지연 가산세도 매일 0.025%씩 더해진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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